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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Hannah_ko 2023. 9. 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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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색채가 아니야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하나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어보았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심을 이끌며 베스트셀러에 올랐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관심있는 분야가 뚜렷했던 심각한 독서 편식쟁이라 이 책을 읽진 않았지만 우연한 기회로 독서모임에서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읽을수록 생기는 의문들과 명확하지 않은 결말로 인해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지만, 나는 책을 읽는 순간순간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고 다양한 의미들이 가지는 상황들과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부분들이 꽤나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책이 너무 잘읽혀서 두 번, 세 번 읽기에도 부담없이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다자키 쓰쿠루의 "순례의 해"

다자키 쓰쿠루의 "순례의 해"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

시간의 흐름과 소설의 흐름을 정리하고 나서야 순례의 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한 것 같다. 순례란 꼭 한 공간에서, 연속된 시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Chapter 1. 사건의 시작

소설은 다자키 쓰쿠루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고교 시절 절친했던 친구들 무리로부터 일방적으로 추방당한 뒤 어두운 심연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충격은 그를 죽음의 문턱 앞까지 이끌 만큼의 일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쓰쿠루는 변하게 되었다. 줄곧 죽음만 생각하고 있는 색도 빛도 없는 상태의 공()인 상태에서 그곳을 새로운 무언가로 채워가고 있던 것이다. 이 상태가 반복되자 반년 만에 7kg이나 빠지고 통통했던 몸이 노인의 몸처럼 빼빼 마르게 변하게 되었다. 이때 쓰쿠루는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죽음을 직면했던 것 같다.

그때쯤 쓰쿠루는 어떤 꿈을 꾸게 된다. 이 꿈에서는 어떤 한 여성을 강렬히 바라고 있는데 그는 그것이 질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솔직하게 인정하게 되었고 이 꿈을 계기로 죽음을 바라는 일을 멈추게 되었다. 제대로 식사하고 아침에 규칙적으로 수영도 하게 되었다. 그런 변화로 인해 새로운 인연도 만나게 된다.

 

 

Chapter 2. 의문

사라는 쓰쿠루가 36살인 현재 만나고 있는 연인이다. 그녀는 외향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성격으로 쓰쿠루와는 다른 성향을 보였지만 어쩌면 쓰쿠루와 가장 잘 맞는 사람이라 여겨진다. 그녀는 쓰쿠루와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지만, 쓰쿠루에게 왠지 모를 비밀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녀는 쓰쿠루 마음속에 무언가 숨겨져있다고 생각했고 쓰쿠루에 대해 알아가던 중 고교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사라는 깨달았던 것 같다. 쓰쿠루의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사라는 거절을 말해준 친구 이외에 다른 친구들에게 그때의 사건을 물어보지 않았던 이유(아마도 용기를 내지 않았던 이유)를 문제 삼으며 잊고 살고 있다 하더라고 그 이유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기억에선 잊혀져도 역사는 바꿀 수 없으니깐. 그녀는 쓰쿠루와 달리 그 문제를 직면하길 원했고 해결하고 극복하기를 원했다. 그녀의 조언으로 쓰쿠루가 순례의 해가 시작된 것이다.

쓰쿠루의 순례는 과거 있었던 문제의 원인을 직면하고 마음속에 늘 맺혀있던 멍울을 푸는 것이 목표였다. 고교 시절 완벽했던 공동체가 깨지게 된 이유에 대해 쓰쿠루는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그 일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충격적인 일임은 분명했다.

 

 

Chapter 3. 완전한 공동체

AI가 그린 쓰쿠루와 색채 4인방 (고마워 AI야.. 화해하자)

쓰쿠루와 친구들은 고교 시절 완전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진실로 “완전한” 공동체이었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 그룹에는 쓰쿠루 빼고 모두 색채가 뜻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 아카마스(아카) → 적, 빨강
    • 아카는 성적이 매우 우수하고 경쟁심이 강한 친구였다. 나고야 대학 경제학부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나고야 대학의 경제학부로 들어가게 된다.
  • 오우미(아오) → 청, 파랑
    • 아오는 럭비부 주장이며 건장한 체격을 가진 친구였다. 공부를 잘 하진 않았지만 성격이 좋아 모두에게 호감을 주었다. 아오 역시 나고야의 사립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 시라네(시로) → 백, 하양
    • 시로는 여리여리하고 마른 체형의 친구였다. 옛날 일본 인형 같은 아기자기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끄는 친구였고 피아노를 잘 쳐 음악적인 재능도 가지고 있었다. 동물을 좋아해 수의사를 꿈꾸었지만, 성격이 잘 맞지 않아 나고야의 음악 대학 피아노과에 들어가게 된다.
  • 구로노(구로) → 흑, 검정
    • 구로는 생기가 넘치고 애교가 많은 친구였다. 자립심이 강하고 머리가 비상했지만, 수학과 물리는 잘하지 못했다. 유머 감각이 있어 대화할 때 즐거움을 주는 친구였고 책 읽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구로 역시 도쿄의 사립대학이 더 잘 어울렸지만 나고야의 영문학과로 입학하게 된다.

쓰쿠루(作)는 만들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유일하게 이름에 색채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에 색채가 없는 것처럼 본인은 다른 친구들처럼 뚜렷한(색채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그룹은 다섯 명이 모두 있을 때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이들은 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본능도 억누르며 관계를 유지했다. 쓰쿠루 역시 여자 멤버 모두 매력 있다고 느꼈지만 가능한 그 두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 관계는 조화일까 억압일까?)

어쩌면 쓰쿠루가 대학을 도쿄로 가게 되면서 이 공동체는 금이 가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쓰쿠루는 어릴 적부터 철도역에 깊이 빠져있었다. 그 목표(역을 짓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다른 네 친구는 대부분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음에도 나고야에 남아있기로 하였다. 아마 이 그룹을 벗어나는 것이 싫었거나 두려웠을 것이다. 이런 상황의 변화로, 모두 말이나 행동으로 티 내진 않았겠지만 본능적으로(혹은 의무적으로) 공동체를 유지하고자 애썼던 색채를 가진 네 명의 친구는 적잖이 허무함(혹은 서운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 공동체는 쓰쿠루가 도쿄로 간 이후에도 어느 정도는 전과같이 유지되었다. 어색함이나 이상한 기류는 전혀 없었다. 적어도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까지는.

 

 

Chapter 4. 죽음을 직면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쓰쿠루는 여느 방학과 다를 것 없이 고향인 나고야로 내려가게 된다. 도착 후, 바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친구들이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거절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반복되는 연락과 거절 후, 쓰쿠루는 다른 친구들이 모두 자신과는 더 이상 관계를 이어 나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계 단절의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없었고 그 이유가 쓰쿠루에게 있다는 암묵적인 말만 듣게 되었다.

쓰쿠루는 본인을 제외한 친구 네 명이 색채와 같은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비어있는(특징이 없는 혹은 무난한) 특성이 그들을 질리게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에게 큰 상처가 된 것은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에게 거절당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사실이 그를 어둠의 심연에 빠지게 했고 실제로 죽음과 직면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Chapter 5. 아버지의 사망

쓰쿠루의 아버지는 그가 30살이 되었을 때 돌아가셨다. 그때 역시 네 명의 친구는 장례식장에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그는 본인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쓰쿠루의 아버지는 쓰쿠루와 깊은 애착 관계는 아니었지만, 쓰쿠루를 많이 아꼈던 것 같다. 쓰쿠루라는 이름을 직접 지어준 것도 그의 아버지였다. 쓰쿠루라는 이름은 운명처럼 바로 지었지만, 그 이름의 한자를 정할 때는 이룰 창과 만들 작 중 만들 작(作)이라는 한자를 선택해 주었다. 보통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이룰 창이라는 한자를 지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이룰다라는 의미가 가지는 부담을 쓰쿠루에게 주고 싶지 않아 만들다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를 준 것이다. 아버지는 항상 일에 치여 바쁜 삶을 살았지만, 아들에게는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쓰쿠루는 고교 시절부터 자신의 “이름에 색채가 없다는 것”“특성이 없다는 사실”을 연결해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쓰쿠루의 이름은 특별히 강렬한 뜻을 가지진 않았지만 어떤 이름보다 쓰쿠루에게 어울렸고 그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준(다르게 말하면 정말 특별한) 이름이었던 것이다.

 

 

Chapter 6. 하이다와의 우정

그의 인생에서 또 다른 우정이 찾아온다. 죽음의 직면 이후, 새로운 생활 습관인 수영을 하다 만나게 된 하이다라는 친구였다. 하이다는 쓰쿠루보다 두 살 어렸고 물리학과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는 쓰쿠루와 비슷한 성품을 가지고 있지만 본인만의 확고한 신념을 가진 친구였다. 회색을 뜻하는 후미아키라는 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흰색과 검은색을 섞은 듯이 시로와 구로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섞어 놓은듯 하다. 그는 시로와 같이 외적으로 선이 가늘고 잘생겼으며 음악을 좋아했다. 또 구로와 같이 책을 좋아하는 지적인 친구였다.

하이다는 대학교 기숙사 생활을 해서 좋아하는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음악을 듣기 위해서 쓰쿠루네 집에 자주 가곤 했다. 둘은 같이 운동하고 요리하고 음악을 듣는 생활을 함께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던 중, 하이다와 같이 듣던 노래 중 익숙한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그 노래는 바로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였다. 쓰쿠루에게 이 곡이 익숙했던 이유는 고교 시절 시로가 자주 쳐주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르 말 뒤 페이의 뜻은 “전원 풍경이 사람의 마음에 불러일으키는 영문 모를 슬픔”이라는 조금은 난해한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노래를 우연히 만난 시점의 쓰쿠루는 르 말 뒤 페이의 뜻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을 것 같다.

어느 날 하이다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묘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하이다의 아버지는 대학생 시절 방황하다 오이타현의 한 작은 온천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일하다가 특이한 숙박객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이름은 **미도리카와(녹, 초록)**였다. 그는 도쿄에서 온 재즈 피아니스트였고 지친 일상을 벗어나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그곳에 왔다고 했다. 이후 언젠가 그는 하이다(쓰쿠루 친구 하이다의 아버지)에게 피아노칠 곳을 알아봐 주고 같이 가자는 제안하게 된다. 근처 중학교에서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된 미도리카와는 피아노를 치기 전 의식처럼 작은 천 주머니를 꺼내 올려놓고 라운드 미드나이트라는 곡을 연주하였다. 연주는 훌륭했고 그 작은 주머니는 그의 분신이라고 했다. 그 이후 어느 날, 미도리카와는 하이다에게 저녁에 술을 마시자고 했다. 둘은 술을 마시며 여러 이야기들(철학적인 내용들)을 나누게 되었다.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던 중 미도리카와는 하이다에게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선과 악에서 악을 나타내는 악마라기보다는 실제로 믿을 수 없는 어떤 일(예를 들면 악마의 형상을 마주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도리카와는 곧 죽을 것이지만 이 죽음은 멈출 수 있다. 죽음을 멈추는 방법은 죽음의 티켓을 다른 이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그 상대는 자신의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상황을 완전히 납득해야 한다. 자기를 대신해서 죽어줄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진실의 정경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목숨을 잃을 게 분명하다고 해도 가치 있는 일이다.”

이 이야기에 대한 의문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논리적이지 않은 혹은 구체적인 예시가 없는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어떤 일을 실제로 겪기 전, 그 일을 믿을 수 있는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Chapter 7. 순례 시작

쓰쿠루가 고교 시절에 겪었던 일이 그의 삶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사라는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만 그와의 연애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문제 해결을 적극 도와주기로 한다. 사라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지던 쓰쿠루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고교 시절 친구들을 찾아가기로 한다.

그녀가 방향을 제시했고 그는 그것을 승낙한 것이다.

사라는 고등학교 친구들 네 명에 대한 자료 조사도 해주었다. 아카와 아오는 나고야에 남아있지만 구로는 핀란드로 떠났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그리고 시로는 현재 주소가 없는 상태로 사망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Chapter 6-1. 하이다와 기묘한 밤

하이다는 쓰쿠루는 어느새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안정적인 관계가 유지되고 있던 어느 날, 둘 사이에서(어쩌면 쓰쿠루 혼자만) 기묘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그날은 하이다가 자신의 아버지가 겪을 일에 관해 이야기해준 밤이었다. 쓰쿠루는 새벽녘 어떤 소리에 잠에서 깨게 되었고 어두운 방 안에서 누군가 자기를 내려다보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방 안이 너무 어두워 그게 누구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그 존재는 하이다일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 낯선 상황에서 쓰쿠루는 말도 나오지 않고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쓰쿠루는 다시 잠들게 되었는데 시로, 구로와 관계를 맺는 꿈을 꾸게 되었다. 꿈에서 쓰쿠루는 시로와 관계의 절정에 이르게 되었고 그 순간 상대는 시로가 아닌 하이다로 바뀌게 되었다. 쓰쿠루는 꿈과 현실이 뒤섞인 듯한 복잡함을 느끼게 되었고 하이다와의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다음날 하이다는 평소와 같았고 쓰쿠루는 지난밤의 일이 당연히 꿈일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쓰쿠루는 하이다와도 멀어지게 되었다. 그가 떠나게 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쓰쿠루는 어떤 사람이든 비어있는 자신을 알게 된다면 곧 떠나간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Chapter 7-1. 다시 찾은 나고야

대학교 2학년 때, 자신이 거절당한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쓰쿠루는 다시 나고야를 찾게 된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친구는 렉서스 매장에서 딜러 일을 하고 있는 아오였다. 쓰쿠루는 아오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이 거절당한 이유에 대해 묻는다. 아오는 그 당시 시로가 도쿄의 쓰쿠루집에 갔을 때, 그에게 강간당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쓰쿠루가 절대 그럴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시로의 상태가 심각해보였고 너무 확신하며 말했기에 어쩔 수 없이 믿었다고 했다. 쓰쿠루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고 시로는 도쿄의 쓰쿠루 집에 온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아오는 시로는 왜 그런 거짓말을 했으며 왜 그 상대가 쓰쿠루였는 지는 알지 못했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아오는 쓰쿠루가 색채가 없고 비어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며 고교 시절 쓰쿠루는 존재 자체로 모두의 마음의 안정감을 주었던 중요한 친구였다고 말해준다. 쓰쿠루가 도쿄로 떠나면서 남은 친구들 모두 그 사실을 더 실감하게 되었다고.

 

나고야에서 두 번째로 만난 친구는 아카였다. 아카는 기업 컨설팅 일을 하는 성공적인 기업가로 성장했다. 고등학생 때의 아카의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카도 대학교 2학년 때, 쓰쿠루가 시로를 강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시로의 마음의 병이 심각함을 느껴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아카역시 시로의 거짓말에 대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다만 그 일 이후 시로는 어떤 의미에서 점차 생명력을 잃어갔다고 말했다. 이후 아카는 쓰쿠루에게 비밀을 고백을 하게 된다. 그는 어떤 일을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 자신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가서 학문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되었고 은행에 들어가서야 회사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야 본인은 결혼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또한 여자에게 욕망을 느끼지 못하고 남자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그런 진실(사실)과 갑자기 맞닥뜨려야 한다는 건 그 자신에게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한다. 아카는 일반론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일들은 그를 홀로 밤바다 속에 내팽개쳐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이 이야기를 들은 쓰쿠루는 왠지 모르게 하이다가 떠올랐다.

 

 

Chapter 8. 신입과 함께한 역 사찰

쓰쿠루는 핀란드에 가기 전, 신입 직원과 함께 역 사찰을 나가게 된다. 역 사찰을 나가게 되면 실제 역은 도면과 오차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곳의 역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역에서 발견된 특이한 분실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여러 특이한 물품들이 많았지만, 그가 기억하는 가장 특이한 물건은 죽은 태아가 든 보스턴백과 포르말린에 든 손가락 두 개였다. 그중 포르말린에 든 손가락은 성인 남성의 여섯 번째 손가락으로 밝혀졌는데 이 증상(손가락이 여섯 개인 증상, 다지증)은 생각보다 흔한 질병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질병을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우성 유전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많이 생기지는 않는다. 경향 분포 요소 중 하나일 뿐 아무리 우성 유전자여도 그 수는 증가하지 않고 유지되었던 것이다.

 

 

Chapter 6-2. 하이다의 환영

쓰쿠루는 문득 자신은 지금까지 어떤 무언가를 갈망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사귀었던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얻어진 존재였다. 그러나 사라는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사라는 쓰쿠루가 간절히 원하는 존재였다. 만날수록 더 강하게 끌리고 있었다. 그때쯤 수영장에서 하이다와 비슷한 수영 폼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을 기다렸다가 확인해 보았지만 하이다는 아니었다. 그 사람은 하이다는 아니었지만 그를 다시 떠올리게 했고 하이다에 대한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쓰쿠루는 사라에 대한 느낌은 이전까지와의 관계와 다르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

 

 

Chapter 7-2. 헬싱키

쓰쿠루가 머나먼 핀란드의 헬싱키까지 이유는 단 하나, 구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구로는 고교 무리 내 여자 멤버 둘 중 하나로 시로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 줄 수 있는 친구였다.

핀란드로 떠나기 전, 쓰쿠루는 구로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방문한 거리에서 우연히 사라를 만나게 된다. 만났다기보단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사라는 어떤 중년의 남성과 손을 잡고 있었고 쓰쿠루에게는 보여준 적 없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그때 쓰쿠루는 가슴을 뾰족한 칼로 베인 듯 아파오는 것을 느꼈고 이 감정은 질투가 아닌 애절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날 밤, 쓰쿠루는 가슴이 아팠지만 다른 사람들을 탓할 순 없었다. 그는 원래 텅 비어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비어있는 것을 제대로 확인하게 된다면 그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그날 쓰쿠루는 자신이 공허하다는 것을 오히려 감사하게 되었다. 그가 비어있기에 다른 이들이 들어올 공간이 생겼고 그곳에서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핀란드 헬싱키에 도착한 쓰쿠루는 사라의 친구인 올가에게 도움을 받아 구로를 만나게 된다. 구로는 남편과 함께 도자기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두 자녀가 있었고 핀란드에서의 생활은 행복해 보였다. 쓰쿠루는 그 당시 시로가 겪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구로 역시 쓰쿠루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시로의 정신적인 문제가 너무 심각해 보여 그녀를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구로는 시로를 도와주기 위해 쓰쿠루에게 희생이라는 일을 맡겨버린 것이다. 쓰쿠루는 어떤 일이든 잘 해낼 것이라고 멋대로 믿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구로는 쓰쿠루는 좋아했기에 어쩌면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쓰쿠루를 떼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희생을 바탕으로 구로는 시들어 가는 시로를 계속 도와주었지만, 그녀는 점점 생명력을 잃어갔고 바깥 세계에 대한 흥미를 거의 다 잃어버리게 되었다. 항상 시로를 챙겨주어야 했던 구로는 너무 지쳐버렸다. 그러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도자기 수업에 빠지게 되었고 거기서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해 핀란드로 오게 되었다. 구로는 시로에게 악령이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로에게 일어난 일들이 악령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일들을 단순히 말로 표현해 버린다면 모두 실재하는 것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구로는 불안정한 시로를 두고 핀란드로 온 것을 계속 후회하고 있었다. 시로를 혼자 두고 온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리고 쓰쿠루도 어쩌면 시로를 강간하고 죽인 것이 자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구로와 쓰쿠루는 어떤 의미에서 둘 다 시로를 죽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쓰쿠루는 자신이 실제로 시로를 죽이진 않았지만 자신 내면의 어떤 어둠과 시로 내면의 어둠은 닮아있다고 느낀다.

구로는 고교 시절 쓰쿠루를 다정하고 쿨하고 조용하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가진 친구라고 기억했다. 그리고 연인으로써도 그를 원했던 것 같다. 쓰쿠루도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구로와 연인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운명적으로 잘 맞는 인연은 아니더라고 둘은 잘 지내고 성장해 나갔을 것이다. 그녀가 기억하는 쓰쿠루는 절대 비어있지 않았다. 그가 비어있다 해도 그 자체로 충분한 사람이다. 또 구로는 만약 그가 진실로 비어있다해도 누군가를 담을 수 있는 그릇 그 자체가 되면 된다고 말했다.

쓰쿠루와 구로는 사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구로는 사라를 절대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두려움이나 자존심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구로와의 대화 이후, 쓰쿠르는 헬싱키 거리를 혼자 거닐며 자신의 몸 중심에 얼어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어떤 것인지 어떤 아픔인지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확실히 느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차가운 중심부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꼭 녹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다른 이의 온기가 필요했다.

 

 

Chapter 1-1. 다시 돌아온 도쿄

도쿄에 돌아와서도 쓰쿠루는 사라에게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그날 밤 꿈에서 쓰쿠루는 피아노에 앉아 소나타를 치고 있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그의 곁에서 악보를 넘겨주고 있었다. 그는 아름답고 자신있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중들은 그 음악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쓰쿠루는 상관하지 않았다. 열정적인 연주 중 그의 악보를 넘겨주는 여성의 손가락이 여섯 개임을 알게 된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연주가 끝날 때까지 확인할 수 없었다.

꿈에서 깬 쓰쿠루는 무언가 깨달았고 구로에게 들었던 말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사라에게 전화해 그의 감정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쓰쿠루 자신을 역에 비유하며 역이 없으면 전차가 멈출 수 없기에 자신은 역을 구체적인 색과 형태를 주는 일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부족한 것이 있으면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말과 함께.

 

 

돌고 돌아 제자리로

쓰쿠루의 순례는 색으로 전개된다. 그의 순례는 친구들에게 퇴출당한 그 사건 이후 시작되었다. 그 사건은 하얀색(시로의 거짓말)으로 시작되어 검은색(구로의 위로)으로 끝난다. 색의 시작과 끝을 경험한 쓰쿠루는 그제서야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된 것이다.

쓰쿠루는 역과 같다. 그가 역을 좋아하는 만큼 그는 역과 많이 닮아있다. 역은 비어있다. 비어있기에 어떤 열차든 들어오고 나갈 수 있다. 이런 움직임과 흐름은 그곳이 비어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어떤 것을 만드는 데는 꼼꼼한 계획과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계획과 실제는 많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쓰쿠루가 역을 사찰하면서 도면과 실제 모습에 차이를 느꼈던 것처럼. 삶도 마찬가지다. 삶은 예측할 수 없다. 하이다의 아버지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 모든 일은 계획하고 구체적인 예시가 있어야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은 생각지도 못하게, 어떤 일은 말도 안 되게(논리적이지 않게) 찾아온다. 우리는 그런 일들을 그냥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순례의 끝은 무엇일까?

순례는 깨달음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

어떤 곳이든 “장소”는 항상 그대로 있다.

단지 사람만이 깨달음을 얻고 바뀔 뿐이다.

 

 


👻 N의 확장판 👻

하이다는 실재하는가?

책을 읽다가 하이다라는 인물이 너무 오묘한 존재라서 혹시 쓰루쿠가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쓰쿠루는 정말 심각한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럼 정말로 시로를 강간한 다음 죽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건 너무 끔찍한 일이라서 하이다를 실재했던 인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헤헿..

 

 

하이다와의 기묘한 밤은 꿈인가 현실인가?

아마 현실인 것 같다. 하이다는 쓰쿠루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쓰쿠루는 바보라서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그의 마음을 몰라주었고(아직 덜 성장했고),

그게 너무 속상하고 상처받아 잠수탄 것이 아닐까..?

(사실.. 쓰쿠루.. 이세계에선 플러팅 제왕..?)

 

 

누가 시로를 죽였나?

대학교 2학년 때, 시로는 강간당했다. 실제로 누구에게 당했는지, 그것이 강간이 맞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실제로 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로는 왜 쓰쿠루를 그 범인으로 지목했을까?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시로의 상황에선 완전했던 공동체를 제일 먼저 흐트러뜨린 쓰쿠루를 마음속 깊이 미워하고 있었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쓰쿠루를 미워하는 마음이 그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것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다. 유일하게 타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남자인 친구가 가장 만만한(?) 표적이 되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시로는 안 좋은 일을 당했는데 그것을 진실을 밝히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원치 않는 관계를 맺은 후 돌이킬 수 없었고 그 일을 가만히 묻어둘 수는 없어 거짓으로라도 호소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말입니다… 책을 읽다보니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더군요..

바로 시로의 사건과 쓰쿠루 아버지의 죽음이 묘하게 겹치더란 말입니다..

시로가 살해당한 시점: 30살

쓰쿠루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시점: 30살

쓰쿠루..?

(+ 성으로 인물을 표현했기 때문에 하이다의 아버지 이야기에서 “이 이야기의 하이다는 하이다의 아버지를 의미한다”처럼 쓰쿠르의 아버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이다의 아버지 일화

하이다의 아버지의 일화는 불교적인 관념을 떠오르게 했다.

  1.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을 때 →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받아들일 때 → 깨달음을 얻었을 때
  2. 지각의 문이 열림 → 해탈의 경지에 이름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일어날 일이지만 그것을 경험하기 전까진 제대로 알 수 없다. 이것은 악마도, 신도, 논리도 아니다. 단지 존재할 뿐이다.

(이런 전개로 생각이 이어지긴 했지만 약간 논리 비약이 있는 것 같다..)

 

 

다지증의 의미

작가가 다지증이라는 키워드를 소설 속에 넣은 것은 아마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는 상징적 의미를 표현하기 위함인 것 같다. 어쩌면 감추고 싶은 상처를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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